누구나 한 번쯤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보셨을 텐데요,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복권을 사면서 당첨되는 달콤한 상상을 하곤 하죠. 지난 10월 14일 토요일 1089회차 로또복권 당첨 번호가 발표되었죠. 저는 당연히 꽝입니다! 겨우 2개 맞췄네요. 1등 당첨금이 무려 29억에 달했는데요, 엄청 부럽네요.
오늘은 복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해요. 우리나라의 복권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 가장 인가가 많은 복권 중 하나인 로또복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 재원 마련을 위한 복권... >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한 후 엄청난 가난에 시달렸죠. 3년간 미군정의 신탁통치가 있고, 미국의 지원도 받았지만, 당시 세금을 걷어봐야 큰 돈도 아니고,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용 자원 또한 한없이 부족했었죠. 이런 상황에 47년 런던 올림픽이 개최되었는데요, 우리나라 선수들을 후원할 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던 정부는 47년 런던 올림픽 선수들을 후원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을 만들었는데요, 당시 복권보다는 복표, 복금으로 불렸다고 하네요. 나라가 돈이 없다 보니, 세금을 확보하는 한 방법으로 복권을 고안해낸 것이죠. 이렇게 발행된 복권기금 중 일부는 올림픽 선수를 후원하는 데에 쓰이고, 나머지는 상금으로 쓰였죠.
51년 6.25 전쟁 중에도 복권은 발행되었는데요, 바로 애국복권입니다. 이 애국복권 또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 발행했습니다. 물론 애국복권은 전쟁 진행 중에 발생한 인플레 상황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애국복권은 부산 국제시장에서 발매했는데요, 당시 인기가 좋아서 순경이 교통정리까지 했다고 합니다.
당시 상금은 100만 환인데요. 원이 아니라 환이라니, 익숙치 않은 화폐 단위에 좀 당황스럽네요. 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뚜렸해서 정확한 가격 추정은 힘들지만 대략 10년 후에 이 100만 환 정도면 서울에 집을 2채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서울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집값을 10억이라고 잡을 때, 오늘날 기준으로 20억가량이 되지 않을까요?
< 정기 복권의 시작 >
위에서 말한 복권들을 다 재원 마련이라는 목적을 두고 발행한 일시적 복권들이죠. 1969년부터 발매를 시작한 주택복권은 매주 정기적으로 발매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기복권입니다.
물론 이 복권 또한 재원 마련이 목적이긴 했죠. 국민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당시 주택은행에서 발행한 복권인데요, 군인과 경찰의 유가족, 월남전 참전 장병, 독립유공자 가족 등에게 지원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 복권입니다.
물론 일시적 복권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88 서울 올림픽 복권 등의 일시적 복권이 발행되었는데요,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복권은 정기 복권화 되었죠.
< 춘추 즉석 복권 시대 >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복권 발행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한 번쯤 재미 삼아 구매해 보신 경험이 있을 텐데요, 바로 즉석 복권이 90년대에 난립하게 된 것이죠. 너도나도 즉석 복권을 발행하다 보니 복권 시장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복권 수요와 공급 중 공급이 더 많아진 상황에서, 자연스레 복권 발행 주체들은 경영이 힘들어지게 되었죠.
설상가상으로 90년대 우리나라 최악의 경제침체기 중 하나인 IMF또한 발생하죠. 원래 불황엔 복권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존재하죠. 아무래도 돈 생각이 절실한 사람들이 복권을 많이 사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IMF는 이 복권을 살 구매력마저 앗아갔죠. IMF시기 복권 판매량이 다른 불황때완 다르게 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권의 발행비용과 유통비용에 대한 부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복권 발행 기관들은 살 방도를 마련하게 됩니다.
< 로또의 등장 >
복권 발행기관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합을 하게 되는데요, 그들이 연합해서 만든 복권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 구매하는 로또 복권입니다.
2002년 발행을 시작한 로또는 당첨금을 정해둔 기존의 복권들과 다르게, 당첨금을 정해두지 않았고, 또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시 다음 회차로 당첨금이 이월되는 등의 차별화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일화로 03년도엔 407억이라는 당첨금이 나왔을 정도로 그 당첨금액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죠. 슈퍼 강력한 로또의 등장으로 나머지 복권들은 그 수명을 마감하는 계기가 됩니다. 즉석복권 춘추시대는 로또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며, 23년 현재까지 로또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한편, 정부는 로또의 사행성을 우려해 한 게임당 구매 비용인 2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낮추고, 이월 횟수도 제한하는 등 너무 사행성에 빠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하게 됩니다.
혹시, 로또의 풀네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 하시나요? 인생역전 로또였죠. 정부는 이 인생 역전이란 말이 사행성을 부추긴단 이유로, 이름도 바뀌었죠. 바로 나눔 로또로 말이죠. 현재 로또의 풀네임은 나눔로또입니다. 어쨌든 정부가 사행성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했고, 그 후 상당히 열기가 식게 됩니다. 현재 평균 당첨금액은 10~20억원대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데요, 물론 이 금액도 엄청 큰 당첨금액이죠.
여전히 사행성은 존재하죠. 과거에 비해 줄었을 뿐입니다.
< 역진세 우려... >
앞서 복권은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구매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녹록치않죠. 최근 복권 구매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소득층의 로또 구매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듯, 복권의 본질은 재원 마련입니다. 즉 돈을 모으기 위해 일종의 미끼로 당첨금을 주면서 사람들의 돈을 모으는 전략인데요, 갑자기 문득 어떤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로또는 본질적으로 세금입니다. 정부나 어떤 공공 단체가 공익을 위해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죠. 세금으로 걷기엔 여론이 의식되니, 복권으로 대신 세금을 걷는 것이죠.
근데 세금이라면, 돈을 잘 버는 사람 또는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것이 일반적이죠. 복권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렇습니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구매하고 있죠. 복권 구매에 대해 잠깐 사이드로 빠져서 몇몇을 말씀을 드리자면, 복권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구매합니다. 또 학력이 높으면 덜 사고, 빚이 적을수록 덜 구매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죠. 이 고통 없는 세금을 세금으로 인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죠.
여기서 역진세가 문제가 되는데요, 역진세이란 비례세와 대조되는 말로, 소득이 많을 수록 그 소득에 비례해서 세금을 내는 것을 비례세라고 하고, 반대로 소득이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을 역진세라고 합니다.
그렇죠. 복권은 세금인데, 고소득층보다 상황이 힘든 저소득층에서 더 많은 구매를 하기 때문에 복권은 본질적으로 역진세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복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그 중 당연 복권 중 으뜸인 로또를 기준으로 알아봤죠. 다들 재밌게 읽으셨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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